End of an era.
1.
2023년도 어언 반절에 이르렀으되 그간 말이 없었다.
차라리 다행인 것이다, 왜냐하면 보통은 삶이 암담무지할때 부여잡는게 글이었고
이곳은 그때마다 찾아온다기보다는 숨어드는 곳이었으니까.
공백기마다 참 열심히도 살아왔다.
그래, 살아서 왔다.
2.
사업은 번창한다기보다는 미수금과 사람과 절차와 절차에 대한 절차들로 점철되어있지만
그래도 항산이 항심을 구축하니 다행일까?
과거가 발목에 묶여있어도
많은 것들을 끊었고 그보다 많이 배우고 얻었지만 아직은 글쎄다,
언제 다시 바닥을 마주해도 이상하지 않을테니 충분히 대비해야겠지.
3.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 보여서 다행이다.
나는 쓸데없이 고생만 하였다. 허무하고 허망한 것에 내 힘을 다 써 버렸다.
그러나
내 권리는 주님께 있고
내 보상은 나의 하느님께 있다.
이사야 4:49
그러니 너 사람의 아들아,
그들을 두려워하지 말고, 그들이 하는 말도 두려워하지 마라.
비록 가시가 너를 둘러싸고, 네가 전갈 떼 가운데에서 산다 하더라도,
그들이 하는 말을 두려워하지 말고, 그들의 얼굴을 보고 떨지도 마라.
에제키엘 2:6
기억나는 에피소드들
순서는 상관없음
#1.
결혼에 대해 이야기함
집 해올거냐고 물어보길래 영혼을 끌어모은 대출과 함께라면 가능하지 않을까라 함
혼수 힘들어도 형편에 맞춰서 하자고 했더니 물음표 띄움
물음표가 의아해서 무슨뜻이냐고 물어봄
반반결혼하자는 거냐고 물어옴
이번에는 내가 물음표를 띄움?
이쪽에서 영끌하면 그쪽도 영끌해야하지 않겠니 물론 그 크기는 차이가 크겠지 너와 내 차이가 있으니 따라서 반반이 아니지
아니라고함 똑같이 대출받는거니까 똑같은거라함
다시금 물음표가 떴?지만?
그럼 그렇게 하겠냐고 물어봄
자기는 대출받기 싫다고함 빚지기 싫대
#2.
만난 이래로 언제나 모든 결제는 내가 함
좀 불편하거나 미안해할것 같아서, 한번은 밥사면서 커피 사달라고 함
굉장히 표정 안좋아짐 그래도 암튼 커피 사주더라
그러면서 자기가 연애를 해본 이래로 남자친구에게 사줘본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함
#3.
참고로 첫 한달동안 평균 식비는 끼니당 7만원이 찍힘
밥먹으면 항상 사인해야 하는줄?
#4.
내가 아무리 실수령500을 찍고 있어도 이건 좀 힘든데 호호
우리 쓰는걸 좀 줄여야겠다고, 이런식이면 버티기 힘들다고 함
그러자 그럼 보는 횟수를 줄이면 되겠네
#5.
연애 초반에 갑자기 애가 연락이 안됨
모지했는데 여차저차 만나서 보니까 휴대전화 요금을 안내서 끊겼대 (1차 충격)
연락이 안되는건 좀 많이 싫은걸 계좌 줘봐함
이체하려는데 잠깐만, 하고 멈춰세움
그 계좌는 안된대
?안되는 계좌가 어딨어용 니 명의 맞는데?
아 거기에 넣으면 바로 빼가는 계좌라서 다른데에 넣어야 한다고 함 (2차 충격)
암튼 요금 납부 완료
이런식이면 너 신용도 떨어져서 장래(라고 해봐야 곧)에 매우 힘들다
아니래 괜찮대 신용등급 3등급이라 안전하다고 함 (3차 충격)
#6.
어쩌다보니 연애 초반부터 같이 살게 되었는데 집안일을 0.1도 해주지 않음
님 우리집에서 잔 첫 아침에는 make the bed하지 않으면 엄청난 비매너라고 했잖아요...
장봐오고 요리하고 차리고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쓰레기버리고 빨래하고 빨래널고 → 2인분
하지만 같이 살아주는 본인의 손해가 더 크다고
#7.
그러다 설거지 한번 해줬는데 걍 내가 다시 할게 시켜서 미안해
#8.
좀 고달파져서 집밥을 자주 먹게 되었는데 어디가서 뭐 먹고싶대
음 다음 월급 들어오면 어떨까 지금은 좀 어렵다고 함
내가 언제까지 집밥 먹어주면서 너 돈없다는 소리만 들어야 하냐고 함
매번 얘기하는 메뉴는 장어소고기급이었는데 그럼 어떡해요
뭐 항상 20만원어치 먹었냐고 그거 좀 어쩌다 사준걸로 엄청 우려먹네
우리 평균식비 7만원인데...
#9.
끼니는 항상 삼시세끼를 꼭 챙겨야함
내가 아무리 피곤하고 힘들고 다른 일정이 있어도 챙겨야함
나 비대면 수업이고 그쪽도 비대면 수업중인데 점심때인 경우
내 수업 제껴놓고 밥을 차려야함
한번은 실시간으로 옆에서 김에 반찬싸서 수업내내 먹인적이 있었지만
당연히 챙겼어야 할 끼니 1이었을 뿐(이므로 감사는 하지 않는다)
#10.
뭐 먹는걸로 얽힌게 이렇게 많냐 근데 아직 더있음ㅅㄱ
#11.
어느 아주 고되었던 날임
둘이 같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에서는 저녁 식사를 줌 (도시락같은거)
집에 와서 배고프다고 밥차려달라 함
난 너무 피곤해서 입맛도 없고 속도 안좋지만 찌개 끓여준다고 함
계란말이 해달라고 함
다시한번 난 너무 피곤해서 입맛도 없고 속도 안좋으므로 계란말이 못먹는다고 함
못알아들어? 내가 먹고싶다고 너 말고.
뭐지 내안의 뭔가가 깨지는 느낌이었지만 장봐와서 계란말이 함
옆에와서 하는말 청양고추 왜 안넣었어? 항상 넣어달라고 했잖아
#12.
분식이 먹고싶어서 얘기했더니
내가 김천이나 가려고 너랑 만나니?
물론 말하고나서
자신은 학창시절 이후 절대 김천을 가지 않으며 친구들하고도 가지 않는다고 부연했지만
들으면 안되는 것을 들은 그런 느낌
#13.
최근 다시금 휴대전화 요금을 내지 않아서 끊길 위기에 처함
2개월간 20여만원이 연체되었다고
어떡하면 약정도 끝난 휴대전화 요금이 그렇게 나오는지 묻자 모른다고 함
한달에 10만원이 나온건데 한푼한푼이 소중한 입장에서 그걸 왜 모르냐고 하자
어렵고 복잡해서 확인하지 않았다고 함
고작 휴대전화 요금 청구 내역인데...
#14.
한편 사업상의 이유로 월급이 잠시 줄었던 적이 있었고 (미지급분은 나중에 받았지만 그땐 얼마나 더 이렇게 지내야 하는지 몰랐음)
그때 버는거 쓰는거 다 오픈해줌
오죽 힘들었기 때문인데, 그걸 보고 본인이 예산을 짜면서 이대로는 답없음을 이해해주길 바랐음
그때 고정지출 중 넷플릭스가 있었는데 그걸 끊으라고 함
고작 한달 만삼천원 짜린데 재밌게 보는데...
#15.
함께 대학 편입해서 나이 많(아봤자 나보단 함참 어리지만)은 동기 남자애와 같이 다닌다고 굉장히 끔찍해하고 싫어함
이걸로 잠깐씩 헤어졌다가 다시 만난게 3번
편입 동기라서 수업 같이 듣고 과제 같이 하고 (걔가 기숙사 살아서) 집에 같이 오다가 얘기 좀 하는 정도임
다시 말하지만 남자애
#16.
집안의 모든 사람들과 매우 사이가 좋지 않음, 얘기도 거의 하지 않음 특히 언니(둘)와는 원수지간
따라서 집에서부터의 지원은 늦깎이 대학생임에도 전무함
하지만 일 하지 않음
집대출금 카드값 통신비 학비 교통비 모두 밀리지만 일 하지 않음
나 때문이라고 함
#17.
시험기간(시험본날, 다음날도 시험)에 미역국 끓여주지 않았다고 화냄
#18.
시험기간에 잠시 헤어짐 (뭐 때문이었는지 이제 횟수도 이유도 다 기억할 수 없다)
근데 그 동안에 얘 생일이 있었고
생일 축하한다고 카톡은 남겨뒀는데 (오전 6시에)
그걸 읽고 고맙다고 답장한건 오후 10시
왜 생일때 아무것도 하지 않았냐고 나중에 혼남
#19.
생일 지나고서 다시 만났는데 (역시 계속 시험기간)
그 주 주말에 생일파티 해달라고 함
음 어차피 생일 당일은 지났고 시험기간이니까 다음주는 어떨까 잘할게요 했지만
안돼 오늘해 무조건이래서 그날 (다음날 시험) 생일파티 함
수제 케이크 찾고 사오느라 하루 다 갔음
#20.
비대면수업 중 그쪽 교수님의 얼굴이 모니터에 나오는데 나를 붙잡고 정말 어떻게 이렇게 생겼냐고 함
좀 눈이 많이 쳐져서 거의 감은듯했고 나이가 많았고 목소리가 지루했지만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함
하지만 계속해서 외모를 힐난함
동의를 구하길래 뭐 사람이 그렇게 생겼을 수도 있지라고 대꾸해버림
조금 더 교수님을 비난하고 동의를 다시 구하길래
그렇게 생긴게 그 사람 잘못은 아니잖냐고 함
여기서 매우 화를 냄 아까도 맘에 안들었다고 함 왜 자기 나쁜사람 만드냐고 함
외모로 사람 그렇게 평가하고 남에게 강요까지 하는거 내 생각에는 충분히 나쁘다고 대답함
예전에 친구 딸 사진 보여주면서 못생겼다고 하는것도 솔직히 좀 싫었다고 덧붙임
그 사람 듣는데서 한것도 아닌데 무슨 상관이냐길래
그 사람 앞에서 할 수 없는 말 나는 뒤에가서 못하겠고 하지 않아왔다고 했음
내 기억으로는 그날 거의 헤어졌다가 다시 만났음
#21.
대통령 선거 3일 경과 후
- 윤석열 당선된거 모름
- 안철수 사퇴한거 모름
- 허경영은 앎
시사정치경제사회문화 이슈로 대화가 고파져서 커뮤니티 댓글들과 쉐도우복싱하는 버릇 생김
#22.
거의 항상 어디를 가든 데려다주고 데리러 가야함
당연해짐
근데 데리러오래서 데리러가면 최소 10분 기다려야함
자다 깨서 나가도 그래야함
어제도 그랬음
#23.
토익학원을 다니고 싶대서 그러라고 함 (알아서 하겠지)
의정부에도 많으니까 그럴줄 알았는데 강남으로 가겠다고 하더라
뭐 학구열이 대단하군 박수치려고 했는데
데려다 줄거지라고 이미 답 정해놓고 물어봄
네비찍어보니까 왔다갔가 최소3시간+퇴근시간a
주 2회 3~4시간을 땅에 버려야하는데다가 가면 못오니까 학원 기다려야 하고 이건 너무하다 했더니
그렇지 않으며 자신과 함께할 수 있으므로 좋아야 마땅하다고 함
자신도 그렇다고 했지만
그럴거라 했지만 그치만
#24.
전남친 연락 자꾸 오는데 차단 안함
#25.
같이 살면서 다투면 밤에 늦게 집을 나감
한참 안들어옴 (11시에 나가서 3시에 들어오는 식)
누구랑 어디서 뭐했는지 절대 얘기 안함
#26.
그래도 그럼에도 이런 나를 받아줬잖아요
나도 이걸 뭐라고 부르는지 내가 뭐라고 불릴지 잘 앎
그래서 니가 날 받아 줄 거에요?
꺼지세요
#27.
아니라는걸 잘 알아요
1.
부끄럽고 창피하 되 돌릴 수 없다.
비가역적인 선택들의 향연, 하나같이 몹쓸 짓이었다.
착하게 살아야 했는데...
2.
여러모로 너무 멀리 왔다고 생각한다.
그 때 멈춰야 했던 순간들이 많았다
라고 생각했을 때가 보통 그랬는데,
매번 당시에는 그걸 알지 못한다.
3.
공부나 해야지
공부라도 해야겠어요
아마 내겐 팀장즈음이 가장 어울렸을걸
4.
언제나 그 자리에서
그댄 변하지 않는 것을 믿나요
항상 그대로이길 바라나요
그게 아니라면은 잊어버릴 건가요
이제는 빈 자리 위로
그 때 그 모습을 기억한다면
좋겠지만 때론 잊혀지는 것들이
더 아름다울 것 같아요
언젠가 우리 함께한
그 시간들을 접어둬야 한다면
그 땔 잊지 못하는 마음들이
무슨 소용 있을까요
함께한 기억들이 쌓일수록
지워야할 일만
더욱 많을텐데 우린
언젠가 우리 함께한
그 시간들을 접어둬야 한다면
그 땔 잊지 못하는 마음들이
무슨 소용 있을까요
함께한 기억들이 쌓일수록
지워야할 일만
더욱 많을텐데
우리가 보는 만큼
모든 것을 담을 수는 없어요
환하게 웃는 그 모습 뒤에
안녕 이라는 말이
있었던 것처럼
피비린내나는 감정들과는 반대여서, 동네 이름들은 읽을 때마다 더 낯설었다.
청파 원효 효창 도화...
새로 계약한 북쪽 방의 분위기는 처음 상경했던 곳과 비슷했다.
다시 야위어 가는 중이니 당분간은 너무 걱정하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