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77

L/l 2020. 11. 26. 04:24

Word on the street, Austin Granger


1.

내가 구축해 둔 시스템의 효율은 놀라운 수준이었다

이토록 효과적인 박살이라니.

불길 속에서 타죽어가는 꽃들의 비명 냄새가 여기까지 난다


2.

지금 돌아가봐야, 아직 망가져 있는 내 정신은 저 불길 속으로 들어가길 주저하지 않겠지

차라리 나를 태우라고 소리지르겠지

그러고 싶은 마음이다.


3.

평소 나를 돌보지 않았던 죄값을 치르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비록 날이 밝고 펼쳐진 광경이 폐허뿐이라 해도.

그보다 더한 곳에서도 늘 새싹을 피워냈으니까


4.

바라건대 부디, 씨앗을 심을 흙 한 줌만이라도 살아남아 주기를

물이 모자랄 일은 없을 것이다.

Posted by nighthawk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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