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바다는 아득했다.
아득하여, 헤아릴 길이 없으되 다만
해가 알맞은 볕을 비출 때에 일렁이는 너울
결결이 제각기 반짝였다.
저 너울이 오는 곳에서, 바다가 시작할 터였다.
바다는 저 해원海原을 가늠할 때 아득했다.
해원原은 원遠하여 보였고...
내 눈길의 짧음과 이 몽당한 시선의 한 마디에도 닿지 못하는 변변찮은 손길
은 내 아득함을 원援하지 못하고 주저앉아
원原의 원遠함을 원怨할 뿐이었다.
언젠가 바다가 말라, 그 황량함이 더 이상 넘실대지 않을 때에
해원原은 단지 하나의 원園에 지나지 않게 될 것이나,
그 원遠함은 그때까지도 그치지 않을 것이니...
저 바다가 아득하다.
남해에서, 3월 26일에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