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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l 2012. 2. 15. 22:43


1.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바라던 내일이다'
라는 말이 있다. 
여러가지 점에서 이 말을 싫어한다.

a. 시간은 개별자에게 각각 개별적으로 흐르므로
어제 죽은이의 시간과 내 시간은 아주 완전히 다른것이다.
어제 죽은이는...먼저 떨어진 빗방울 같은 거지. 저 빗방울과 이 빗방울은 같은 비지만 서로 다른 빗방울.

b. 어제 죽은이가 그토록 바랬던 것이 무엇이든간에 나는 그 죽은이에게 빚진것이 없으므로
그가 오늘을 바랬던 오늘 먹을 불어터진 라면을 바랬건...조금 독하게 말해서, '내 알 바 아니다.'
죽은자, 산자에게 참견하지 말지어다.
이미 죽어서 안식을 누리고 계시면 이 지상에서 벌어지는 일에는 신경 끄시라는 거지요.
어차피 언젠가 다 만날텐데 뭘 그리 급하셔ㅎㅎㅎ.

c. 중요한건 이거지. 사실 저 말은 '언제 죽을지 모르니 하루하루를 헛되이 보내지 말아라' 라는 건데.
매일매일을 아주 치열하게 숙제 안가져간날 방과후 깜지쓰듯 빼곡빼곡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산다>는 것 한가지 만으로도 이미 오늘은 충분한 의미가 있는 거다.
괜히 구름잡는 말로, 멀쩡하게 안그래도 생존에서 한단계 더 나아가기 위해서 아둥바둥하는 사람들
속을 긁어놓다니. 나빠. 못됐어.


2.
그치만 사실 정말 못된 사람은 드문것 같다.
다만 너무할 뿐이지... 
Posted by nighthawk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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