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17

L/w 2013. 9. 22. 23:11






1.

추석당일(목)에도 출근하고,

그 다음 연휴(금)에도 출근하고,

그리고 주말 내내(토일) 출근한 결과,

월요병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주말내내 출근하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2.

하지만 빨간날 내내 출근한 덕분에 꼴보기 싫은 사람들과 엮이는 일이 없어서 좋지 않았겠느냐, 싶지만.

그런 액티브한 질병같은 사람들이 없더라도,

패시브한 컨디션이 만성화됨으로써 향후 생길 

액티브한 휴먼디지즈들에 대한 면역력이 심히 약해졌음이 우려된다.

심지어 그냥 이런 생각을 하는것만으로도 내 안의 일부가 사막화되는게 느껴지고있다...망할





3.

어떤 프로젝트라던가 과제라던가. 여튼 무언가를 주어진 시간내에 해낼 능력이 안될것임이 확실시될때가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른의 사정으로 인해 그것들을 어쩔수 없이 떠맡게 되는 경우들이 생긴다.

내가 무슨 재벌가 도련님도 아니고 초능력이 있는것은 더더욱 아니며 그냥 일개 을일 뿐인지라,

아무리 짱구를 굴려봐도 절대 회피불가능한 그런 경우들.

물론 그러한 것들의 난이도가 나의 역량에 달린 문제라면,

일을 하면서 이루어지는 피드백을 통해 본인의 레벨업과 그에 따른 스탯 상승을 기대해 볼만 하고,

그 결과 건설적인 사회생활이 가능하겠지만,

그게 그냥 까라면까식의 타임킬링식 노가다라면...





4.

플랜 A. 내가 이걸 그 시간안에 못끝내는 이유를 상부에 보고하여 추가 지원을 이끌어낸다.

플랜 B. 일단 조낸 깔때까지 까보고 못하면 끝내 못한 이유를 상부에 보고하여 추가 지원을 이끌어낸다.


보통 플랜 A의 시행 이후 플랜 B로 넘어가게 된다.

플랜 A의 경우 발생하는 두가지 루트.

A-1. 상부에서 내 보고를 받아들여, 추가 지원을 해준다. (확률 2% 미만)

A-2. 상부에서 내 보고를 '가용자원 부족' 운운하며 씹고 강행한다. (확률 98% 이상)


A-1 루트를 탔다면 무슨일이 있어도 그 자원을 갈아넣어서 사안을 해결해야한다. 이건 그냥 니 능력문제.

A-2 루트를 탔다면 바로 B로 넘어간다.


플랜 B의 경우,

B-1. 조낸 깠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실패함. (확률 10% 미만)

B-2. 죽어라고 까다보니까 X발 되더라. (확률 90% 이상)


B-1을 보면, 하는데까지 해봤음에도 불구하고 실패한 사안이고, 

실패의 원인과 앞으로의 대책까지 모조리 보고한 것임에도, 어차피 까이게 되어있다...

상명하복이라면서 보고했는데도 책임을 지우면 어쩌자는거야! 하겠지만,

니가 어쩌자는거야 한다고 해서 그래 어쩌면 좋을까해주는 곳은 얼마 없다.

무리한 요구를 무리한줄 알면서 을을 갈아넣는 곳에서,

결과가 아닌 과정따위를 중시할 리도 없고.

(과정을 감안하여 결과를 예상할리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B-1의 루트를 타면 "고생은 고생대로 죽도록 했는데 대차게 까이는" 엔딩을 보게된다.


B-2를 보면, 까다보니까 여차저차 내 영혼의 일부가 사라진 기분이 들고

왠지 퇴근길 하늘에 달이 두개씩 떠있곤 하지만 어쨌든 성공한 케이스다.

의외로 불가능해보이는 사인이라 할지라도,

사람의 영혼이라는게 꽤나 가치가 있는건지, 왠지 여차저차 

내 영혼과 일을 등가교환하고 나면 

모양새는 허접해도 어쨌든 일 자체는 마무리가 되는 경우가 많다.

사실 B-1은,

어찌되었든 실패했기 때문에 다음에 다시 시도한다거나

비슷한 난이도의 일이 생긴다거나 하면 같은 일이 재발할 확률은 낮은 편이다.

(계속해서 반복된다면 그건 그곳의 시스템이 박살난것이므로 빨리 튀어야함)

그러나 B-2의 경우...

"거봐 되잖아? 내가 뭐랬어" "예 역시 현명하십니다. 하하" "수고했어. 다음에도 이렇게 하라구"

를 거친 후, B-2를 무한히 반복한 끝에 결국  B-1에 도달하거나,

혹은 내 영혼 혹은 육신이 가루까지 모조리 갈려나가는 시점까지

(자다가 눈을 떴는데 사지가 움직이지 않거나 왠지 그냥 눈물이 나거나) 반복된다.

즉 B-2의 루트를 타면

"고생은 고생대로 죽도록 했는데 생색은 니가내고 나는 무한히 펼쳐질 다음의 고생을 예비하는"

엔딩을 보게된다.





5.

끝은 끝이 아니다.

시작이 시작이 아니듯.





6.

하지만 내 18일 연속출근에는 끝이 있었으면 좋겠다.

Posted by nighthawk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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